아래 기사는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정리 해줘서 반가웠습니다. 호칭은 문화이고, 삶이며, 계급이며, 담론이며, 권력관계의 표현입니다.
-운영자
출처:
http://www.ohmynews.com/article_view.asp?menu=c10300&no=129988&rel%5Fno=2
역대 대통령은 스스로를 뭐라고 불렀을까
대통령 취임 연설문과 신년사를 중심으로
김경석 기자 gimgs0@dreamwiz.com
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월 대통령 취임식 때 자기를 스스로 어떻게 불렀을까? 취임 연설의 첫 부분을 잠깐 살펴보자:
존경하는 국민 여러분. 오늘 저는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.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으로, 저는 대한민국의 새 정부를 운영할 영광스러운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."
여기서 볼 수 있듯이, 노 무현 대통령은 자기를 스스로 '저'라고 불렀다.
그러면 우리 나라 역대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연설과 신년사에서 자기를 스스로 어떻게 불렀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. 그것은 단순하게 호칭 문제가 아니라, 우리 나라의 민주화 정도와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.
제1~3대 대통령 이승만(1948 - 1960)은 "영광스러운 추대를 받는 나로서는…", "여러분이 나에게 맡기는 직책은…"에서 보듯이, 주로 '나'라고 불렀다.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, '저'라고 하지 않고 '나'라고 한 것이 좀 거슬리는데, 이 호칭에서 벌써 독재자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. 다만, 1940 ~ 1950년대의 사회 분위기나 말씨는 요즘과 달랐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.
제4대 대통령 윤보선(1960 - 1962)도 "나의 감격은…", "나같이 부족하고 무능한 사람을…"에서 보듯이, '나'라고 불렀다.
제5~9대 대통령 박정희(1963 - 1979)도 "나는 이 숭고한 유신이념을 구현하기 위해, 전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국정전반에 걸친 일대 개혁을 단행해 나갈 것입니다"에서 보듯이 거의 늘 '나'라고 불렀으며, '본인'이라고 한 적이 가끔 있었다.
이승만,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로 '나'라고 불렀는데, 과연 독재자다운 어법이 아닐까 한다.
그런데 전 두환 전 대통령으로 넘어가면서 명칭이 바뀐다.
제10대 대통령 최규화(1979 - 1980)는 '본인'이라고 불렀는데, 그 때의 정치 상황과 또한 그 뒤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나중에 주로 '본인'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, 최 전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은 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던 사람과 거의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고 짐작해 볼 수 있다.
제11~12대 대통령 전두환(1980 - 1988)은 주로 '본인'이라고 불렀고, '나', '내'라는 말도 꽤 썼다. 보기를 들어보면, "본인은 나에게 절대적인 기대를 보내 준…", "앞으로는 나 자신과 내 주변의 부정과 부패를 스스로 용납치 않을 것이며…"이다.
어쩌면 전 전 대통령은 군대에서 흔히들 쓰는 '본관'이라는 용어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 본다. 군대에 가본 사람들은 '본관'이라는 말이 주는 다소 짓누르는 듯한 묘한 뉴앙스를 알 것이다. 그런데 거의 같은 '본인'이라는 말을 국민에게 썼으니 기분이 좀 묘하다.
한편, "본인은 나에게 절대적인 기대를 보내 준…"에서처럼, '본인'과 '나'를 한 문장 안에 섞어 씀으로써 문장이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되어 버렸다 (이런 표현이 제법 나온다). 아마 논술 시험에서라면 이건 감점 대상이었을 것이다. 전 전 대통령 자신이 직접 썼는지, 아니면 비서가 썼는지, 아니면 비서가 쓴 걸 전 전 대통령이 고쳤는지는 모르지만, 대통령 연설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는 것은 좀 황당한 일이라고 본다. 연설문은 이제 엄연한 역사적 기록이 되어 남아 있다. 다른 보기를 보면, "본인은 나와 같은 세대의 우리 국민들이…", "본인은 나에게 맡겨진…" 등이다.
그 뒤에 제13대 대통령 노태우(1988 - 1993), 제14대 대통령 김영삼(1993 - 1998), 제15대 대통령 김대중(1998 - 2003), 제16대 대통령 노무현(2003 - )은 모두 '저'라고 부르고 있다.
민주화 요구에 굴복하여 6.29 선언이 나왔는데, 그 때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아마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전 전 대통령처럼 '본인'이나 '나'라는 말을 쓰기가 어려웠을 것이고 그 결과 '저'로 바뀌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 본다.
위에서 살펴본 바를 주요(?) 대통령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.
나 -- 이승만, 박정희
본인/나 -- 전두환
저 -- 노태우, 김영삼, 김대중, 노무현
우리 나라의 민주화, 정치 발전에 따라 용어가 바뀐 것을 볼 수 있지 않은가?
앞으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연설하면서, '저'대신에 '나', '본인'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 백성들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.
청와대의 역대 대통령 자료실에 가면 취임 연설물과 신년사가 있다:
http://www.president.go.kr/warp/kr/visit/museum/expresident/
2003/09/11 오후 2:10
ⓒ 2003 OhmyNews
-운영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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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ttp://www.ohmynews.com/article_view.asp?menu=c10300&no=129988&rel%5Fno=2
역대 대통령은 스스로를 뭐라고 불렀을까
대통령 취임 연설문과 신년사를 중심으로
김경석 기자 gimgs0@dreamwiz.com
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월 대통령 취임식 때 자기를 스스로 어떻게 불렀을까? 취임 연설의 첫 부분을 잠깐 살펴보자:
존경하는 국민 여러분. 오늘 저는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.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으로, 저는 대한민국의 새 정부를 운영할 영광스러운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."
여기서 볼 수 있듯이, 노 무현 대통령은 자기를 스스로 '저'라고 불렀다.
그러면 우리 나라 역대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연설과 신년사에서 자기를 스스로 어떻게 불렀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. 그것은 단순하게 호칭 문제가 아니라, 우리 나라의 민주화 정도와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.
제1~3대 대통령 이승만(1948 - 1960)은 "영광스러운 추대를 받는 나로서는…", "여러분이 나에게 맡기는 직책은…"에서 보듯이, 주로 '나'라고 불렀다.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, '저'라고 하지 않고 '나'라고 한 것이 좀 거슬리는데, 이 호칭에서 벌써 독재자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. 다만, 1940 ~ 1950년대의 사회 분위기나 말씨는 요즘과 달랐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.
제4대 대통령 윤보선(1960 - 1962)도 "나의 감격은…", "나같이 부족하고 무능한 사람을…"에서 보듯이, '나'라고 불렀다.
제5~9대 대통령 박정희(1963 - 1979)도 "나는 이 숭고한 유신이념을 구현하기 위해, 전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국정전반에 걸친 일대 개혁을 단행해 나갈 것입니다"에서 보듯이 거의 늘 '나'라고 불렀으며, '본인'이라고 한 적이 가끔 있었다.
이승만,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로 '나'라고 불렀는데, 과연 독재자다운 어법이 아닐까 한다.
그런데 전 두환 전 대통령으로 넘어가면서 명칭이 바뀐다.
제10대 대통령 최규화(1979 - 1980)는 '본인'이라고 불렀는데, 그 때의 정치 상황과 또한 그 뒤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나중에 주로 '본인'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, 최 전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은 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던 사람과 거의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고 짐작해 볼 수 있다.
제11~12대 대통령 전두환(1980 - 1988)은 주로 '본인'이라고 불렀고, '나', '내'라는 말도 꽤 썼다. 보기를 들어보면, "본인은 나에게 절대적인 기대를 보내 준…", "앞으로는 나 자신과 내 주변의 부정과 부패를 스스로 용납치 않을 것이며…"이다.
어쩌면 전 전 대통령은 군대에서 흔히들 쓰는 '본관'이라는 용어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 본다. 군대에 가본 사람들은 '본관'이라는 말이 주는 다소 짓누르는 듯한 묘한 뉴앙스를 알 것이다. 그런데 거의 같은 '본인'이라는 말을 국민에게 썼으니 기분이 좀 묘하다.
한편, "본인은 나에게 절대적인 기대를 보내 준…"에서처럼, '본인'과 '나'를 한 문장 안에 섞어 씀으로써 문장이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되어 버렸다 (이런 표현이 제법 나온다). 아마 논술 시험에서라면 이건 감점 대상이었을 것이다. 전 전 대통령 자신이 직접 썼는지, 아니면 비서가 썼는지, 아니면 비서가 쓴 걸 전 전 대통령이 고쳤는지는 모르지만, 대통령 연설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는 것은 좀 황당한 일이라고 본다. 연설문은 이제 엄연한 역사적 기록이 되어 남아 있다. 다른 보기를 보면, "본인은 나와 같은 세대의 우리 국민들이…", "본인은 나에게 맡겨진…" 등이다.
그 뒤에 제13대 대통령 노태우(1988 - 1993), 제14대 대통령 김영삼(1993 - 1998), 제15대 대통령 김대중(1998 - 2003), 제16대 대통령 노무현(2003 - )은 모두 '저'라고 부르고 있다.
민주화 요구에 굴복하여 6.29 선언이 나왔는데, 그 때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아마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전 전 대통령처럼 '본인'이나 '나'라는 말을 쓰기가 어려웠을 것이고 그 결과 '저'로 바뀌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 본다.
위에서 살펴본 바를 주요(?) 대통령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.
나 -- 이승만, 박정희
본인/나 -- 전두환
저 -- 노태우, 김영삼, 김대중, 노무현
우리 나라의 민주화, 정치 발전에 따라 용어가 바뀐 것을 볼 수 있지 않은가?
앞으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연설하면서, '저'대신에 '나', '본인'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 백성들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.
청와대의 역대 대통령 자료실에 가면 취임 연설물과 신년사가 있다:
http://www.president.go.kr/warp/kr/visit/museum/expresident/
2003/09/11 오후 2:10
ⓒ 2003 OhmyNews